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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 뉴스레터
<윤석열 12·3 사태>

25.0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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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2024년 12월 3일 10시 23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입니다.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이 비상계엄의 명분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놀란 여러 국민은 국회로 모여들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5항에 따라 국회는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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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

 곧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기를 시도했고, 국회의원 보좌진 등과의 물리적 마찰도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190명의 국회의원은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갔고, 국회 관련자와 시민들은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수호했습니다. 덕분에 재적의원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고, 아닌 밤중에 선포된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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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7야당은 4일 오후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와중에 윤석열은 7일 오전 1분 50초짜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윤석열의 ‘우리 당’, 즉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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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결국 오후 5시 진행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 표결 불참으로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폐기되었습니다. 그러자 시민사회는 분노했습니다. 시민들은 지속적인 시위와 각종 시국선언을 통해 ‘윤석열 탄핵’을 요구했고,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범7야당은 13일에 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14일 2차 탄핵소추안 표결 날,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 표결 참석 여부는 의원 자유에 맡겼습니다. 그러나 당론은 여전히 ‘탄핵 반대’였습니다. 이론상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전부 반대한다면, 윤석열 탄핵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재적의원 300명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국민의힘 측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해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마침내 가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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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뉴스

 이번 12·3 사태에 관하여,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롤러코스터는 심각한 양극화와 호전적 정치로 극적인 권력 이동과 반발이 자주 일어나는 한국 기준으로 봐도 극단적이었다”라고 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격렬한 정치적 좌우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를 반복하며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윤 대통령은 이런 민주화 역사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가”라고 말하였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대중적 인기가 바닥난 가운데 처절한 도박을 했다”라며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즈도 “계엄 선포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가 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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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한국 시민사회는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고,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우려할까요? 《용봉편집위원회》는 뉴스레터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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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 

 왜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요? 그 이유는 12일에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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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통령실

 윤석열은 현재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야당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탄핵 선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행정부의 예산을 무분별하게 삭감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선거 시스템도 문제가 있었다며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 붕괴를 막아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려 했다고 윤석열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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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윤석열 비상계엄은 합법, 합헌적인가?​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합법적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법적으로 내린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보면 윤석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에서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단,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때 말이죠. 윤석열은 현재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패악질’로 인해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고 말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현 상황이 진정 국가비상사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12월 12일 갤럽 조사에 따르면, 71%가 12·3 사태를 내란이라고 보았습니다. 비상계엄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선포된 것이라면, 이는 헌법 제77조 1항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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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살펴보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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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그러나 헌법 제77조 5항에서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합니다. 하지만 이번 포고령은 비상계엄의 해제를 의결할 수 있는 국회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이는 헌법 제77조 5항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절차상으로도 위법입니다. 헌법 제77조 4항은 ‘계엄을 선포할 때 대통령은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라고 명시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령 선포 통보는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 제77조 4항을 위배하였습니다. 또한 계엄법 제2조 4항에서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되어있지만, 국무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의 비상계엄 및 포고령은 내용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모두 위법, 위헌입니다.

 

 

 3.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 

 헌법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지만 ‘비상계엄’의 의미를 윤석열과 다수 국민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불완전한 헌법 위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법률의 구멍을 메우고, 하나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를 화합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이자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그것을 ‘제도적 자제’와 ‘상호 관용’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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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제도적 자제’는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비록 그 권한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제도적 자제’를 해야지만, 법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권한을 명시한 법률을 여러 맥락으로 검토하고, 맥락상 그 권한이 꼭 필요할 때,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권한을 사용해야 그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자신이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니 그 논리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법의 구멍을 더욱 파고든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제도적 자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와 같은 무력을 동원해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고, 결국에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독재사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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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상호 관용’은 정치 경쟁자는 권력을 두고 경쟁을 벌이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 ‘적’이 아닌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개념입니다. 정치 경쟁자를 위협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 또한 헌법을 존중하며 정치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상호 관용’이 민주주의에 뿌리내려야만 상대를 적으로 몰아붙이며 내 의견이 맞다고만 주장하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의 주장과 주장의 이유, 근거를 들여다보며 합치에 이를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담화문에서 야당을 두고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라며 야당을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상호 관용을 존중하지 않는 걸 넘어, 윤석열은 야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야당의 패악질을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말합니다.

 윤석열 본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윤석열의 행위는 민주주의의 규범, 즉 제도적 자제와 상호 관용을 완전히 파괴한 행위입니다. 그가 지키겠다는 자유민주주의는 윤석열 자신의 행위로 인해 오히려 후퇴되었습니다.

 4. 나,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민사회는 12·3 사태의 부당함을 보았습니다. 윤석열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탄핵’을 외쳤고, 결국 14일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국 정치 현주소를 확인하고, 대한민국을 탄핵 이후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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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앞에 놓여있습니다.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완전하고, 완벽한 것은 없다’라는 것입니다. 완전한 민주주의는 없고, 완벽한 단 한 마디 말로 설명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2·3 사태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시험대에 오르도록 했지만, 애당초 그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12·3 사태를 두고 윤석열 개인의 문제로 집약해 버리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다음 길을 볼 수 없게 합니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완전치 못한 민주주의 시스템 위에서 윤석열이라는 한 인물이 우리의 사회를 어떻게 제멋대로 휘두를 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12·3 사태 이후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다양합니다. 다양해야 합니다. 단 한마디 말이 아닌 여러 마디 말이 민주주의를, 우리 사회를 더 완전에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완전한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을 ‘완전’이라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갈등의 공유와 토의, 협치입니다. 민주주의 제도만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고민하고 모두 다른 고민의 결과를 공유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핵심을 갖추어 완전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영양분이 모여 더 우람한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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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람한 꽃을 더 높이 피울 수 있게, 우리는 고민과 논의, 실천의 양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by.용봉편집위원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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