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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편집위원 병호 (od0725@naver.com)

2020년의 한국 정치, 그 속엔 무엇이 있었나.

2020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과 그 속에서 이뤄진 총선을 비롯한 다양한 이슈가 있었고, 그 파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한국의 정치는 어떠했을까? 코로나19 속 이뤄진 총선 속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으로 떠오르게 된 것, 새로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작년의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사건은 바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과 공수처를 둘러싼 갈등이다. 이 두 사건은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사건임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관련된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지난해 한국정치를 통과하는 키워드가 된 것일까. 또, 검찰개혁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그러한 질문을 해결하고, 검찰개혁과 관련된 지금의 논의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지금의 검찰개혁이 가져올 변화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정부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검찰개혁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개혁이 무엇일지 고민하고자 한다.

검찰개혁, 그것이 알고 싶다.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 이후, 검찰이 편파적으로, 혹은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행태에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는 곧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09년 한 해 동안,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 17년, 촛불과 함께 당선이 된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검찰개혁이 국정목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은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크게 두 개의 정책으로 대표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바로 그것인데, 지금부터 그 내용과 그에 대한 논의 속으로 파고들어보자.

 # 검·경 수사권 조정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정부는 ‘검찰과 경찰이 지휘·감독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국민의 안전과 인권수호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한다. 해당 조치를 위해서 검찰이 가진 수사권한을 분산하여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을 부여와 검찰의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영장 기각에 대한 이의신청을 마련하는 등 경찰 수사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여 경찰수사의 책임성과 완결성을 강화하는 식으로 수사권의 조정이 이뤄진다. 이때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함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견제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내용이다.그렇다면, 검·경 수사권이 정부의 계획대로 이루어질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경찰의 수사 반경이 이전보다 훨씬 더 넓어진다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바뀐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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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드는 반면에 폭행, 마약, 조직, 성폭력 범죄 등의 범죄는 1차적으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되는데, 이는 곧 일반 시민이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대부분의 범죄가 경찰이 수사 주체가 되는 것이다. 또한, 경찰이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검찰이 이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는 있으나 경찰은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는 한’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또한 경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검찰의 재수사가 제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범죄의 피해를 입은 시민이라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더욱 예의주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는 어떨까. 찬성세력에서는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수사권·기소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모두 없애는 것이 목표임을 드러낸 바 있다. 반대세력은 이에 대해, 지금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내용이 결국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며 이는 정권의 불법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의들을 넘어 검·경 수사권 조정 자체에 대해서 바라보자. 우선적으로, 직무독립성이 보장된 검사와 달리, 직무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경찰에게 수사권이 집중된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검사의 경우, 직무독립성의 보장을 통해 수사에 대한 전권을 가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찰의 경우엔 수사의 과정이 위에서의 지시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의 수사권 집중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찰 조직 구성원들에게 수사권이 보장된다는 점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되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

이처럼, 검·경 수사권 조정은 수사의 팽창을 낳을 수밖에 없다. 수사의 팽창이 이뤄질 경우,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의 확보를 위해서 수사기관 간 경쟁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사권과 더불어 기소권과 같은 다른 권한도 가지기 위한 수사기관의 영향 증대와 동시에 편파수사의 위험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결국, 지금의 정부가 말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의로운 사회’에 다가가는 것 보다 사회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 공수처 설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즉, 공수처에 대해 정부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기소를 할 수 있는 부패수사기관’으로,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수행하며,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수사기구로 설명한다. 이때 부패척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다. 또한, 기존 검사가 가지고 있던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을 분산하여 판사·검사·경무관 이상의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하게 된다.

공수처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처럼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수처에 찬성하는 세력은 공수처 설치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 ‘독점적인 권력을 계속 휘두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공수처를 설치함으로서 권력기관의 권력 오남용을 막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세력은 이에 대해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기보다 살아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라 비판하고, 대통령에게 검찰·경찰·공수처의 세 가지 도구를 주는 것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넘어서 공수처 자체에 대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신설될 공수처가 수사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을 오히려 더 훼손시킬 수 있다. 제시되는 비판처럼, 공수처는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의 비리를 감추거나 정적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수사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이 공고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훼손되거나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마찬가지로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되어 수사기관의 팽창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맡아온 검찰이 쉽게 권한을 넘겨줄리 없으며, 공수처 또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에 만족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팽창은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수사기관의 팽창으로 인한 국가의 감시와 처벌이 강화되어 경찰·검찰·공수처의 국민에 대한 감시가 더욱 만연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 자체에 잠재된 위험이 있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이 경찰과 공수처에게 분할됨에 따라 수사기관의 역할이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역할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사기관이 팽창하게 되고, 수사기관들이 자연스레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권한은 결국 사회에 수사 과잉, 수사 만능주의의 확산과 같은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물론, 이런 위험요소가 검찰개혁 이후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소들은 검찰개혁을 통해 수사기관들을 손에 쥔 대통령, 권력이 집중된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정권을 잡은 자가 자신의 정적들을 지우기 위해서, 자신들의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사를 통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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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정권을 위한 개혁인가 시민을 위한 개혁인가.

앞에서 확인했듯, 지금 정부와 여당 주도의 검찰개혁에는 다양한 우려가 존재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앞으로 수많은 경찰에게 수사권이 부여되고, 이는 경찰이라는 조직의 역할 증대를 필연적으로 불러올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수처가 설치됨으로써 경찰·검찰·공수처라는 세 가지의 수사기관을 가진 대통령의 권한 또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며, 이는 사회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럴 경우에 서로 다른 세 곳의 수사기관이 자신의 권한과 자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사에 몰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처럼, 지금의 집권세력 주도의 검찰개혁은 수사 만능주의를 낳을 것임이 틀림없다.

정말로 이런 모습이, 수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개혁이 될 수 있을까? 정부의 말대로 검찰개혁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수사기관 간 권한분산과 상호 견제가 된다면, 이상적인 균형과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반대로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주장처럼,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되는 것은 아닐까?

 # 지금 필요한 것은 

앞서 보았듯,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지금의 검찰개혁처럼 수사기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수사 만능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정답이 되지 못할 듯하다. 과거의 검찰개혁 논의와 달리, 지금의 검찰개혁은 수사기관의 확대와 수사권 집중을 통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목표가 있음에도 정부는 검찰개혁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며,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가 주도하는 검찰개혁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정권을 더 유지하려는 욕망에 국민의 이름을 덮어씌우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며, 필요한 건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개혁의 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주도하는 검찰개혁이 불러올 수사기관의 팽창은 허울만 좋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경찰에게 부여된 수사권은 우리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공수처의 수사는 결국, 대통령에게 무한한 권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시민의 뜻’으로 포장하는 검찰개혁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려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팽창된 수사권이 시민들을 향한 감시로 이어질 때, 개혁은 더 이상 개혁이라고 부를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어디서나 수사권에 의해 감시받는 사회가 아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모든 사회 문제와 갈등이 수사로 종결되는 세상이 아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시민의 이름으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의 목표를 확인하고, 그 위험을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시민들을 위한 개혁의 초상을 밝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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