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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방‘법’

편집위원 채연 (rrcd0812@naver.com)

설렘으로 시작해 혼란으로 마무리된 2020년이 끝나고 2021년이 되었다. 2021년 현재,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10여 년 전 우리가 상상한 20년대는 하늘에는 나는 자동차가 있고, 모든 노동을 로봇과 기계가 대신해 인간은 여가만을 즐기는 공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삶은 어떤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등한 교육조차 받지 못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과연 ‘문명’으로 거듭났는가?

현실은 여전히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청소년 등이라는 이유로 당해야 하는 차별이 만연하며, 기업은 돈을 아끼기 위해 노동자에게 무리하게 일을 시키고 안전을 보장하지 않다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그 죽음은 가시화조차 되지 못한다. 또한 법적인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십 년의 동거인이 타인으로 취급받아 위급한 순간에 수술동의서에 사인조차 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불합리하다. 하지만, 우리는 불합리한 세상을 인지하고 있기에, 현실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는 ‘법’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법’들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 살펴보자.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은 성별, 성정체성, 장애, 병력, 외모, 나이, 출신 국가 및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혼인 여부, 성지향성,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학력, 사회적 신분, 형의 효력이 말소된 전과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이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종, 성별, 장애 등 특정 차별만 다루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나뉜다. 이 글에서는 복합적인 차별을 다룰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차별금지법은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2010년,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입법이 시도됐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0년 6월 29일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다음날인 30일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06년 정부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한 뒤 14년 만이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장애, 성별 등 차별을 규제하는 개별법이 있지만 다양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평등법 제정은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88.1%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차별 금지’라는 명명의 애매함과 논쟁의 여지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차별금지법은 오랜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7년 법무부는 차별금지사유 중 ‘성적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을 삭제했고, 2017년 9월 19일 자유한국당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금지조항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언급된 사유를 기반으로 한 차별을 멈추지 않겠다는 맥락으로 해석되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차별하지 않아야 할 자와 차별해도 되는 자를 나누어버린 차별금지법은 이미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차별을 조장하는 법인 셈이다.

‘차별 금지’라는 명명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상상과 오독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시민들이 주요하게 가질 법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음 문답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의 차별금지법 10문 10답과 국가인권위원회의 FAQ를 주요하게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Q. 이 법에서 말하는 차별의 정의가 대체 무엇인가?

A. 권고법안 제2조에서 말하는 차별은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을 포괄하고 있다. 직접차별은 장애,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 구별, 제한 또는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간접차별은 중립적으로 보이는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 기준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기준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이다. 괴롭힘의 적용은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성적지향에 한정되어 있는데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Q. 차별적인 언행만으로도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게 아닌가?

A. 그렇지 않다. 지난달 29일 발의된 법안을 보면 차별이 금지되는 영역이 엄격히 정해져 있다. 고용의 과정 혹은 직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교육기관에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을 때,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할 때, 인권위가 제시한 평등법 시안도 고용, 재화·용역 등의 일부 영역에 적용된다. 따라서 법에서 규정하는 직장이나 상점, 교육기관, 행정기관 등이 아닌 교회나 길거리에서 설교를 하거나 발언하는 행위 등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인권위는 평등법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보장과 배척 관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또한 다름의 인정이 무조건 차별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Q. 기업 등에서 고용, 승진 등에 차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원할 경우 소송지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제도가 지원된다고 하던데, 이는 기업에게 가혹한 조치로서 소송남용의 우려가 있지 않은가?

A. 소송지원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조치는 그동안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연시되어온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로서, 경제력 10위권에 진입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조치들로 소송남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오히려 우리사회에서 차별 소송은 매우 적은 상황으로, 향후 다양한 차별 소송을 통한 판례의 축적은 차별의 판단 및 시정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택 임대를 거부당하거나, 면접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을 밝히도록 강요당할 때, 학력을 이유로 불리한 채용 조건을 감수해야 하거나, 머리모양을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될 때와 같은 불합리한 경험을 개인의 탓, 개인의 경험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차별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절차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기 위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다. 차별 경험을 누군가 겪게 된 불행한 일로 치부하지 않고, 아직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못함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은 누군가의 편견이나 악의, 몇 가지 잘못된 제도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자체적인 깨달음 역시 필요하며,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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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는 차별이 발생하는 다양한 맥락과 차별의 위험성에 대한 시민 교육과 차별을 문제적으로 인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명백한 차별에 대해서는 시정하거나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만으로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차별금지법도 없이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 차별이 나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차별이며, 어떤 방식으로 금지하고, 어떻게 차별을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부재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뿅’하고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의의를 가지며,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생활동반자 법

현행 민법 제779조는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다. 즉, 동거인들은 오랜 기간을 함께했어도 가족이 되지 못한다. 가족으로 등록되지 않은 동거인은 상대방이 아파도 보호자 신분으로 수술동의를 하거나 가족 면회를 할 수 없으며, 함께 살고 있음에도 임대주택 신청, 전세 자금 대출 등에서 1인 가구로 규정되어 후순위로 밀린다. 연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가족이 있으면 받는 소득공제도 동거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면 혈연과 혼인 관계와 관계없이 함께 사는 사람이 ‘동반자’로 지정된다.

생활동반자 법은 동성의 동거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법이라 동성애자들만을 위한 법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동성 연인들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연인관계, 친구관계, 또 이혼이나 사별 후 더는 친족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결혼을 원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뤄진 민법상 가족이 아닌, 두 성인이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자고 약속한 ‘동거 돌봄 관계’를 뜻한다.

이 법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2017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 가구는 558만 이상,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과 함께 사는 규모는 30만 이상이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의 이들의 일상은 자유와 낭만을 위해 자발적으로 가족을 구성하지 않은 생활 방식처럼 비추어지지만, 실제로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결혼 장벽에서의 좌절, 가부장적 가족문화 등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 또는 혈연관계가 아닌 동거인과 함께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진해서 법의 보호를 벗어난 게 아니라, 떠밀려 나간 셈이다.

그러나 생활동반자 법이 제정되면 이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가족 관계에서만 가능했던 법적 권리가 동반자 관계에서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주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 국민 건강보호법, 소득세법, 의료법 등에서 생활 동반자가 가족에 준하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일상의 경제 관련된 사안에서도 전보다 나은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생활동반자 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재, 동거 가구는 1인 가구로 분류돼 임대주택 신청이나 전세 자금 대출에서 후순위로 밀리며,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혼 등 동반자 관계 증명을 위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겪어야 한다. 사실혼 관계인 동거인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회사가 동거인의 사실혼 관계를 확인한다며 집으로 찾아 와 속옷 서랍장까지 뒤졌다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 등 공공보험을 따로 가입해야 하고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며, 헤어질 경우 재산분할 등의 문제에서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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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동반자 법은 혼인을 통해 가족을 구성해 세금을 납부하는 등 사회경제적 의무를 다하기보다는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에 치중한 법안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겠다는 것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류민희 변호사는 결혼의 의무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생활동반자 사이엔 오히려 부양의 의무가 중요하다. 동거인을 병원 등에서 보호자의 이름으로 돌보고자 하는 게 권리만을 챙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생활동반자 법이 기존의 가족관계를 뒤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기존 가족관계를 위협하는 건 특정한 제도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돌보며 살 수 없도록 하는 팍팍한 현실”이라며 “생활동반자 법은 사람들이 서로 돌보고 가족을 이루어 살도록 장려하는 가족장려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면 더욱 결혼을 안 할 것이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질 거라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법의 보호를 받으며 누군가와 같이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결혼뿐이라 결혼을 하는 거라면, 과연 바람직한 가족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족 개념을 넓혀 다양한 결합을 존중하는 것. 다시 말해, 변화한 인식에 비해 제도가 지체된 건 아닌가를 고민하는 게 생활동반자관계법의 목표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 역시 평생의 동반자로서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게, 본 법안이 지향하는 최우선의 가치임을 밝힌 바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하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법이다. 현행 산안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하고 있다. 반면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중대재해법안은 처벌 대상을 행위 책임자에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까지로 확대했으며, 노동자 사망시 처벌을 강화했고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명문화했다.

현행 산안법에 따르면 재해 발생 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또는 산안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할 수 있기에 사업주 등을 직접 처벌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중대 재해를 막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과 경제계는 이는 과잉 처벌이라며 제정에 반대했고, 마침내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법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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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안법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제정된 법이다. 하지만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한계점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으나 19년 산안법 개정 이후에도 수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두 가지만 살펴보겠다.

첫째로는 작업중지권에 관한 처벌규정을 담지 않은 것이다. 산안법에는 노동자가 작업중지권 등의 권리를 행사할 경우 사용자가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처벌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징계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는, 허울 좋은 권고에 불과하다.

둘째로, 사용자의 처벌에 대한 하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행 산안법상 처벌에 있어서는 상한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위법을 저지른 법인 기타 사용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 두 가지는 산안법의 한계이자 유구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이 통과되었다. 중대재해법은 제정 과정 내내 경제 단체들에게서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오히려 기업을 보호하는 데 열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법안의 대표적인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 문제점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과 1000㎡ 이하이거나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을 둔 소상공인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유예 사업장의 기준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의 40%이고, 1000㎡ 이상의 점포는 2.51%뿐이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 비율이 20%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는 것은 노동자 상당수를 배제하는 것임이 된다. 또한 이는 사업장들이 위험 산업을 사업장당 5인 미만의 인원, 990㎡의 면적으로 꼼수를 부려 위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허용하며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의 적용하는 것을 4년 유예하는 조항 역시 문제적이다. 4년 동안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새로 제정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한없이 미약해질 수 있는 미약한 처벌 규정과 책임자 축소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법이 보호하는 게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처럼 보이는 주요한 이유이다. 통과된 중대재해 법에서 노동자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의 처벌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이다. 또한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양벌 규정에서도 벌금 하한선을 아예 없앴다. 이 조항에 있어서는 기존의 산안법이 가진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대표이사 또는 이사 중 산업안전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 및 관리하는 1인”으로 규정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업주의 정의를 대폭 축소했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산업안전업무와 안전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관리자들의 존재를 은폐하며, 한 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 이상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새로운 해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2020년은 코로나 19의 타격으로 신음하며 지나갔다. 2021년 역시 당장 크게 달라지리라 예측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우리 생활의 모든 문제적 상황들을 코로나 이후로 미루거나 코로나의 책임이라고 취급할 수 없다. 앞서 살펴보았던 모든 법들은 길게는 10년 이상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이미 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끝내 제정되지 못했다. 이 법안들이 진작 제정되었다면 노동자들은 코로나 19의 위험 속에서도 보다 안전한 일터를 보장받았을 것이고, 소수자들과 동반자 가구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년 뒤에도 또 그 10년 뒤에도, 우리의 후손들에게 혐오와 위험으로 가득 찬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더 이상의 나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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