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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더 극명하게 드러난 ‘고용위기’

편집위원 지현

97년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심각한 고용위기를 맞은 지금, 그 위기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한계는 무엇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코로나발 고용위기의 모습과 이를 손쉽게 양산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코로나 19와 고용위기

 1년간 광고디자인 업체에서 일한 A씨는 5월 7일 구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코로나 19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회사사정으로 해고하더라도 최소 30일 전에는 노동자에게 알려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달치 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당일 해고 통보를 받은 A씨가 해고수당 지급을 요구하자 사장은 줄 수 없다며 무급휴직 처리하겠다고 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고용불안에 놓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용불안은 저임금·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에게로 그 타격이 집중되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덮쳐오고 있다. 계약직이나 일용직,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인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초반에는 연차 휴가를 쓰게끔 강요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코로나 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무급휴직과 사직을 강요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무급휴직강요와 사직 종용은 불법이다. 4월 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행정자료 통계를 보면, 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 6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3만 1000명 (24.5%)이 증가했다. 이는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 증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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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유지지원금’의 한계

 고용위기가 심각해지자 문재인 정부는 고용을 유지하려는 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일시적 경영난으로 지속적인 고용이 어려운 사업주가 휴업·휴직 등 고용유지조치를 하는 경우 인건비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4월부터 6월말까지 3개월간 운영되며 해고하지 않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기업에게 휴업수당의 최대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한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이 3개월로 짧은데다가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업만 지원할 수 있어 더 열악한 미가입 사업장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용보험에는 가입돼 있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체도 다수 존재한다. 인력 충원과 감원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하청 인력공급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업종 특성상 장기적인 고용유지가 불가능하다보니 지원 대상에서도 자연 배제된다. 더불어 고용유지지지원금 자체가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4대 보험 밖에 있던 노동자들은 이번 혜택에서 배제된다. 지난 2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임금근로자 2056만 명 중 138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680만 명가량이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 170만 명을 더하면 고용유지 지원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는 850만 명까지 늘어난다. 특수고용노동자에는 택배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스마트폰 앱으로 일감을 받는 배달대행, 퀵서비스 등이 있다. 이들은 고용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용역·도급·위탁 등의 계약 형태로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로 규정되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보장 받지 못한다. 이처럼 특수고용노동자같이 열악한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고용보험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도 부재하기 때문에 코로나발 충격에 더 큰 피해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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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실제 현장에서 사용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손쉬운 해고를 선택하기도 한다. 5월 11일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업체 아시아나 케이오는 비정규직 8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한 항공업 위축을 이유로 비정규직에게 ‘희망퇴직’과 무기한 무급휴직을 강요하다가,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항 VIP라운지에 일하는 파견근로 공항근무자에 따르면 파견직의 특성상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속에 살고 있다며 코로나 19 이후 공항은 인력 감축에 들어갔고, 무급휴직으로 버텼지만 결국 단체 카톡방에서 해고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사용자가 휴업수당의 최소1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유급휴직을 유도하고 있으나 사용자들은 10%의 자부담이 버겁기 때문에 유급휴직보다 손쉬운 무급휴직을 선호한다.

 

 셋째, 근로기준법 미적용으로 휴업수당이 없는 5인미만 사업장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의미가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도 없고,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더라도 퇴직금과 해고수당만 지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방적 해고를 통보받더라도 쫓겨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이유는 영세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업장에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점을 노려 사업장을 나눠 등록하는 등 허위로 5인 미만 상태를 유지하는 꼼수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보호받지 못하고 이번 고용유지지원금에서도 배제된다.

 

 이처럼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등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과 간접고용, 위탁계약 비정규직, 5인 미만 업체 노동자들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벗어나 보호받지 못하며 그 피해를 노동자들이 온전히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끝없는 고용위기, 청년들에게까지도 타격

 

 기존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은 만큼 노동시장에 갓 진출한 청년들과 새로 진출할 청년들도 타격을 받았다.

 

 1월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씨는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세법인에 취직했다. 관세사 업무를 보조하는 1년 계약직 사무원이었다. 그러나 2월 초 회사로부터“월급을 줘야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입이 감소하면서 일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무급휴직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장기화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회사는 최씨에게‘최씨의 업무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다른 일자리에 재취업하기란 어렵다. 코로나 19로 인해 정규직 채용공고는 아예 없다 시피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수십대의 1의 경쟁률을 뚫을 정도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김민지(28)씨는 상반기에 원서를 넣은 회사는 5곳으로 신규 채용하는 회사가 대폭 줄어든 탓에 지난해 하반기 40 곳에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발표일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청년층의 고용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취업 시기를 놓친 청년들이 향후 오랫동안 막대한 임금과 경력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취업연령인 사람들의 사회 진출이 집단으로 늦어졌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 발 경제위기도 또 다른 ‘잃어버린 세대’를 배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청년(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만 9000명 감소했는데, 전 연령층에서 가장 감소폭이 컸고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최대 규모이다. 3월 청년 실업률은 9.9%이나 단기 아르바이트, 취업포기자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6.6%이다. 이는 201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으며 청년 4명 중 1명이 변변한 직업이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수년 전부터 청년 취업난이 문제가 되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 19의 충격까지 겹치며 청년 일자리의 문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2020년 4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통계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만6000명이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가 휩쓸고 간 1999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이다. 그중에서도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 5000명이 감소하면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여파가 청년채용시장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코로나 19로 인해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근무형태로는 임시 일용직,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이에 맞서 ‘고용유지지원금’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노동 사각지대를 양산했고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무참히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라 함은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고용위기의 문제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갑자기 생긴 문제인건지, 그래서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과연 사라지는 문제들이냐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사회의 고용위기와 불안정한 일자리, 그리고 쉬운 해고 등의 문제는 코로나 19로 인해 갑자기 나타난 문제들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와 08년 금융위기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또 해고하기 쉽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 했다. 그 결과 또 다시 코로나발 고용위기에 불안전 노동자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외환위기 기점으로 더 극명하게 엇갈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지

 IMF외환위기 이후에 한국 노동시장에 나타난 중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설명될 수 있는데,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으로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1차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차 노동시장으로 노동시장이 구분됨을 의미한다. 2차 노동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일자리는 1차 노동시장의 일자리와 달리 대부분 비정규직과 단시간 근로자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인데,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이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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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코로나 사태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 고용위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임금이 높고 고용도 안정된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처지가 코로나 사태로 더욱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보다 고용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들고 인력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무급휴직강요, 권고사직, 정리해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특히 하청의 하청을 거듭할수록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누구도 자신의 일자리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 그리고 청년층들은 고용불안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오늘날 코로나 19가 남긴 고용위기와 실업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이례적인 문제가 아닌 IMF이후부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뚜렷해지면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영세자영업에 고용된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취약계층과 서민들에게로 고용위기와 경제적 타격이 가해지며 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출시킨 하나의 계기이다. 앞으로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사회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외환위기 때와 같이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져 노동자간의 격차와 일자리의 격차가 커져 불평등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위기나 팬데믹 속에서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 건 취약계층으로 이번 코로나 19에서도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청년층들에게 그 위기가 가해지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로 남지 않으려면

 이런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 대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마주할 현실이기에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청년들의 일자리에서 누군가는 1차 노동시장으로 누군가는 2차 노동시장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만을 꿈꾸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그로인한 고용위기,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들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 대학생들 또한 코로나발 고용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불안정한 일자리의 문제,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우리의 자리에서 함께 학습하고 실천하며 대안을 만들어나가자.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경제위기라는 객관적 조건 속에서 불평등이라는 주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격차 축소에 나설지 그 선택의 몫은 우리에게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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