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대생 잡담회
: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활을 말하다
잡담회 정리 : 수습위원 윤수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지금, 전남대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을 나누기 위해 용봉교지는 ‘코로나가 바꾼 나의 대학생활’이란 주제로 잡담회를 기획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어느 때보다 지치기 쉬운 때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되, 모두를 잇는 최소한의 유대만큼은 남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여러분에게 웃픈(?) 이야기집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사회자 : 수업방식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었는데 각자 느끼는 게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아쉽거나 혹은 만족스러웠나요?
명이 : 강의실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없는 게 제일 아쉬워요. 그리고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수자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 비대면강의는 그게 어렵잖아요. 상호작용이 참 소중한 거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복서 제가 듣는 어떤 과목은 교수님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업을 아예 안하셨어요. 맨 첫째 주에 과제 하나 올리고 그 뒤로 아무것도 없었어요. 성적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집중이 안 되는 건 제 탓도 있겠지만 수업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교수님들은 PPT 자료는 안띄우고 얼굴만 띄워 놓은 상태에서 염불하듯이 하세요. 그러면 집중하기 힘들죠. 그렇지만 중간고사를 온라인으로 보니까 공부를 별로 안하고 날로 먹을 수 있어서 그건 좋았어요. ㅎㅎㅎㅎ (일동 웃음)
젤리 제 경우에는 많은 수업에서 중간고사가 과제로 대체되었는데요, 어떤 과목에서는 교수님이 과제의 변별력을 키우겠다면서 맞춤법도 보시고 글꼴도 뭐 신명조로 안썼으니까 0.5점 감점 이러세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요. 그게 변별력이 있는 건가?
동백 과제가 지금은 줄어서 할 만한데 첫째 주하고 둘째 주에는 정말 많았어요. 교수님들도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 막 내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수업은 교수님이 과제로 책 내용의 요약문을 내라고 했는데 그게 수업의 끝이었어요. 그러면 다들 이해했겠지 하고 끝내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엔 수업을 안 듣고 시험을 봤어요. 과제가 그런 식으로 있었고 그땐 모든 수업 합쳐서 과제를 하루에 3~4개씩 냈었어요. 교수님은 학생이 자기 수업만 듣는 줄 안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학습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교수님에게 배우려고 수업을 듣는 거지 혼자 읽으면서 끙끙대다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과제를 대충 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게 눈에 보여요. 예를 들어 질문 하나 던져주고 보고서를 써오라 한다든지. 솔직히 별로인 것 같아요.
의찬(중운위) 저는 동영상 탑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과제물을 제출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외부 자료를 요약하고 느낀 점을 써서 내라고 하세요. 그런데 이런 것만 하다 보니까 이럴 거면 혼자 공부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죠. 그냥 느낀 점이라니. 차라리 교수님께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셨으면 나았을 텐데 아쉽죠.
산별 음 그래도 괜찮은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유행했잖아요.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또 강의를 실시간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라 녹화영상을 올리는 분도 있는데, 실제 대면강의에서는 잡담을 많이 하시는데 아무래도 녹화를 하면 긴장을 하셔서 그런가 필요한 내용만 알려주시고.
동백 교수님이 어떤지에 따라 만족도가 갈리는 것 같아요. 어떤 분은 2주 차까지 과제를 내주고 3주 차부터는 정기적으로 강의를 진행하셨어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다른 분들은 과제 내줄 때 그 교수님은 책임감 있게 강의해주셨으니까요. 지금은 줌을 활용해서 발표 수업도 하는데, 이론설명과 발표 두 가지를 같이 하니까 만족스럽고요.
능이 동백 님 말을 듣다 보니 저도 떠오르는 게 있네요. 교양수업 하나가 괜찮아요. 교수님이 원래는 조별과제를 내주려고 하셨거든요? 조까지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그렇게는 못할 것 같으니 중간고사는 과제로 대체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당신 말로는 컴맹이라 하시는데 팀즈 사용에 미숙하시더라도 교수님이 강의를 열정적으로 하시고 댓글로 질문하면 바로 대답해주시고. 시험방식도 학생들 의견 반영해서 결정하니까 좋았어요.
명이 저는 방식이 신선했던 게 다들 실시간 화상수업을 하거나 영상을 녹화해서 올리시잖아요. 제가 듣는 어떤 수업은 교수님이 강의록을 타이핑해서 한글파일로 올려주세요. 구어체 그대로 적혀있어서 마치 수업을 듣고 있는 것 같고 이해가 안되면 다시 읽으면 되니까 좋아요. 그저 제가 멍청해서 알아먹지 못한다는 게 슬플 뿐입니다...
사회자 : 타지생의 경우 학교의 불확실한 공지로 혼란을 겪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산별 저는 목포가 집이라 지금 기숙사에서 사는데 어차피 동아리 활동도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입주하지 않은 어떤 동향 친구는 대면수업 때문에 학교에 와야 하는데 교통비나 시간 면에서 불편을 겪는다 하더라고요. 또 교수님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정을 변경한 적도 있어요. 그 친구는 애써 멀리서 학교에 왔는데 중간에 공지가 바뀌어서 헛걸음한 거죠.
슈슈 학사일정에 따라 광주 올 시기를 정하고 방도 구해야 하는데 비대면강의 기간이 자꾸 바뀌니까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계약도 거기 맞춰서 해야 하는데.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복서 저는 부산에서 왔지만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어요. 동아리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능이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방 옮기는 게 연기가 됐어요. 근데 나중에는 취소가 되더니 얼마 뒤에 갑자기 방을 옮기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당일이 다 돼서 서류를 떼오라고 한 거죠. 그땐 일요일이라 복삿집도 열지 않아서 많은 학생이 부랴부랴 학교 주변 인쇄소를 찾거나 피시방으로 갔어요. 이건 기숙사 행정처리가 늦었다고 봐요. 그리고 코로나가 광주에서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기숙사생들 다 나오게 해서 마스크 쓴 상태에서 발열체크 한다고 집단감염이 안되는 건 아니잖아요. 기숙사 측의 행정처리나 대응방식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사회자 :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분께서는 대학생활에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무척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개강 이후 지금까지 지내면서 어떠셨나요?
슈슈 일단 기대했던 캠퍼스 생활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 너무 슬퍼요. 게다가 동기나 선배들 얼굴을 모르니까 정보교환도 어렵고 그러니까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1학년 생활을 날리고 있는 게 아닌가. 대학 시험이 처음이어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모르는데 혼자 부딪혀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담감이 컸어요. 수업별로 교수님의 스타일을 잘 모르니까 그냥 무작정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산별 저희 학회에 신입생 학회원분이 들어오셨는데 오티나 엠티를 못가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시더라고요. 동기들끼리 잘 몰라서 소통에 불편함을 겪고 있었고. 학회 모임을 카페에서 자주 갖는데 한번은 그분이 카페 위치를 몰라서 직접 기숙사까지 마중을 나간 기억이 있네요. 재학생들은 너무 당연하고 잘 알고 있는 부분임에도 신입생분들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꽤 충격먹었습니다.
사회자 : 중앙운영위원회장님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중운위가 이번 코로나 사태 관련하여 몇 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학교와의 소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의찬(중운위)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네이버 폼이나 구글 폼을 만들어서 SNS중운위 페이지와 에브리타임에 올렸어요. 그런데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서 각 단과대 회장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 홍보하는 방식도 취했는데 회장이 없는 단과대는 저희가 홍보할 방법이 없거든요. 비대위원장이 뽑힌 곳은 초대를 했지만 그조차도 없는 곳이 있었어요. 총학이 없다 보니 그런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홍보를 해서 약 4천 명의 학우분들이 응답해주셨어요. 그 후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교무처장님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요청한 건 아니었고 교무처장님이나 저희나 서로 의견교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중운위가 학생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분석해서 교무처장님께 말씀을 드렸고 교무처장님께서는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계세요.
사회자 : 학생들의 의견은 어떻게 나타났나요?
의찬(중운위) 비대면 강의에 대해 불만족과 만족이 반반으로 나왔습니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수업 질이 떨어지다 보니 불만족이 많았던 것 같고 반면에 너무 잘해주시는 교수님이 많아서 만족하는 학생도 예상 외로 많았습니다. 중간고사를 미실시하거나 온라인으로 봤던 점에서도 갈렸어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좋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고 변별력도 떨어지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싫어하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마라 중운위가 중간에 끼어서 난처했을 것 같아요.
의찬(중운위) : 저희는 학생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지만 대학본부 입장도 들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면서도 요구할 건 요구하려고 합니다.
사회자 전남대를 비롯한 전국 대학사회에서 등록금을 일부라도 반환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나요?
복서 일부라도 반환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등록금에는 수업료도 있지만 시설이용료도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모든 등록금을 다 가져간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젤리 저도 필요하다 봐요. 수업료도 문제가 있는데 완전히 질 좋은 수업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에 불만을 느끼는 학생이 많으니 반환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해요. 물론 전반적으로 수업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일정 비율로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막상 실행하기엔 어려울 것 같네요.
산별 저는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에요. 수업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면서 수업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교직원의 임금이나 대학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등록금을 반환했을 때 문제는 더 복잡해질 거라고 봐요.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난망하지만 학교의 방역을 강화한다든지 홍도 일부만 개방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여건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래도 낫지 않을까.
사회자 비대면수업과 등록금반환이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맞지만 사실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서 우리 대학생들도 자유롭지 않은데요. 학업 이외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마라 잘 다니던 알바에서 잘렸어요. 코로나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데, 확실히 청년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요.
산별 학기 초에 신입학회원 모집을 위해 홍보도 하고 모임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일단 동아리방을 사용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폐쇄되는 바람이 카페를 전전하고 있네요. 그리고 이번 코로나로 동아리 활동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서 신경이 쓰여요. 에브리타임을 보면 동아리 저격도 하던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의기소침해져요.
사회자 네. 지금까지 여러분이 말씀해주신 내용에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비록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학생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더라도 이 자리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 문제해결은 비로소 시작되는 거 아닐까요. 오늘 와주신 중운위장님, 신입생분과 재학생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