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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국 자영업에 미친 영향

전남대 상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편집위원 채연

 지난겨울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 19) 으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던 우리나라는 비교적 빠르게 코로나 19의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2020년 6월 현재 반년 가까이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곧 나아지리라는 확신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코로나 19 사태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 속에서, 모두가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했다. 자영업자들은 실제로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왜 자영업인가?

 

 자영업자 수는 경제가 3%대(3.2%) 성장하며 모처럼 활기를 찾았던 지난 2017년 6만8000명 증가했으나, 이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기부진이 겹치면서 2018년에는 -4만4000명, 지난해에는 -3만2000명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자영업계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9만5000명 줄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2만4000명 늘었다. 이전에는 직원들을 거느리고 장사했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종업원들을 내보내고 ‘나 홀로 사장’으로 바뀐 자영업자가 3월 한 달에만 12만 명을 넘겼다는 의미다. 이후 ‘나 홀로 사장’ 증가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극적인 경제회복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나 홀로 사장의 종착점은 휴폐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나 홀로 버티기’ 현상은 언제까지 유지 될 수 있을까? 소상공인연합회가 5월 초 전국 소상공인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4%가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폐업할 것 같다“고 답했다. 6개월이 버티기의 마지노선이란 뜻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2차 대유행 등을 예상하며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6개월 전에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리라는 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13~19일 소상공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97.6%에 달했다. 방문객 감소 비율을 묻는 물음에는 ‘50% 이상 감소’가 45.7%로 가장 많았고 ‘30~50% 감소’가 27.5%였다. 최승재 회장은 “소상공인 보증 대출이나 세제 지원 같은 정부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숙박 및 음식점업(-16만3000명, -13.1%), 교육서비스업(-9만3000명, -5.8%)의 피해가 컸다. 이 외에도 사업시설 및 임대서비스업(-5만9000명, -5.1%), 여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4만5000명, -13.6%), 도매 및 소매업(-5만5000명, -2.4%) 등도 줄줄이 종사자수가 줄었다. 전 산업 중 종사자 수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약 20%)도 5만6000명(-1.5%) 감소했다. 항공, 여행과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업생산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로 감소했고, 소매판매 등 소비지표도 구제역이 유행했던 2011년 2월 이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숙박업(-32.6%), 음식점업(-15.9%), 항공업(-33.1%) 등 역시 크게 부진했다. 여행사 및 기타 여행보조 서비스업(-45.6%)은 1월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학원 휴업 등 여파로 교육(-3.0%)도 감소했다. 예술·스포츠·여가(-27.2%)도 대폭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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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사용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교 상가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전남대학교 상가의 상황은 어떠한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전남대학교 상가의 세 가게를 인터뷰했다.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대학생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학 상가는 안 그래도 유동인구가 적어 막막했던 겨울 방학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온라인 개학과 학교 건물 폐쇄로 인해 순식간에 고객을 잃고 기약 없는 기다림만 마주하게 되었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학교 내의 유동 인구가 줄어들고, 상가의 수입이 감소했으리라는 사실은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했다. 프랜차이즈 가게인 A 사장님은 심각한 매출 감소에 대해 말씀하셨다.

 

 

매출이 5분의 1 토막이 났어요. 어쩔 때는 전기세도 안 나오고… 이럴 거면 집에서 마음 편하게 쉬는 게 낫는데,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되니까.

 

 문제는 매출 감소뿐만이 아니었다. A 사장님은 재료 발주와 준비의 고충을 토로하셨다.

 

프랜차이즈이다 보니까, 본사에서 발주를 넣을 때 힘들어요. 결제를 해야 하는데 이 금액이 학기 때보다는 많이 줄다 보니까 학기 중처럼 일주일에 한 번 발주를 넣으면 서울에서 광주로 오는 운송비용과 기름 값, 톨게이트 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어요. 50만원 발주하는데 운송비용만 10만원이니… 그래서 2,3주에 한 번만 발주를 넣고 두 번에 나눠서 넣는 방식 등으로 결제하고 있어요.

 

 그러나 한 번에 많은 양의 재료를 발주를 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며, 재료의 보관과 주문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물 재료를 사용하는데 재료를 보관할 장소마저 충분하지 않은 음식점은 매일 매일이 준비할 재료의 양을 가늠하기 위한 눈치싸움이고 전쟁이다. 학교 측은 금방이라도 개강을 할 것처럼 공지를 내리고, 정말 개강을 한다면 손님이 몰릴 것이기에 가게 측에서 재료를 충분히 준비했지만 다시 개강이 미뤄지는 일이 반복되며 사장님들은 그야말로 학교에게 ‘희망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하셨다.

 

냉장고 자리도 충분하지 않은 가게도 있고… 상태가 안 좋은 걸 쓸 수도 없으니까 처리도 힘들어지죠. 스트레스가 심해요. 손님 수를 예상하기 힘들고, 눈치를 봐서 한 번에 주문을 하다 보니까 원재료 가격이 오르기라도 하면 타격이 매우 심하죠. 요즘은 공판장에 직접 다녀요. 배달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적은 돈이지만 재료 등에서 돈을 아낄 수는 없으니 일을 조금 더 하더라도 인건비를 아끼고 있어요.

 

 손님은 줄었지만, 가게 운영은 더 까다로워졌다. C 카페의 사장님은 가게 내 위생 유지에 대해 언급하셨다.

 

주변 위생 상태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만남, 모임, 쇼핑 등을 미루게 되고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도 걱정스러워져요. 인간적 교류도 줄어들었어요.

 

 손님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가게들도 간혹 있다. 학생 자치 공간이 폐쇄되며 학생들이 모임이나 공부를 위해 찾는 카페 등이 그러하다. 현장 학기 중만큼은 아니더라도 손님이 적지는 않아 보이는 카페 역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B카페의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밖에서 보기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어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테이크아웃 손님이 없어요. 회전이 안 되니까 매출도 줄어들고… 그렇게 안 보이는 것뿐이지 손님도 많이 줄었어요. 학기 중에는 바쁘면 점심때에 주문이 100건을 넘기기도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런 일이 아예 없다고 봐야죠.

 

 손님이 줄고, 주문이 줄고, 매출이 줄었다. 우리는 텅 비어 있는 가게를 흔히 ‘한가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정말 그 가게를 ‘한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소보다 늦게 가게를 열어 일찍 마감을 한다고 자영업자들의 노동이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평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일하셨던 A, B 사장님은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매출이 줄어들어서 직원을 고용할 수가 없어요. 혼자 일을 해야 하니까, 영업시간이 줄어도 일하는 시간은 줄지 않아요. 직원들과 같이 하면 1시간이면 되는 마감을 혼자 2시간 반 동안 해야 하니까요. (A사장님)

 

알바 시간을 단축시켰어요. 주말 알바도 단축해서 제가 쉬는 시간이 없어요. 마감도 제가 해야 하니까 집에 가서 자녀들을 챙겨 주고 다시 돌아 와서 마감을 해요.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해서 너무 힘들고 저녁만 되어도 피곤해요. (B사장님)

 

 전남대 상가 사장님들은 우리가 예상한,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정부는 이러한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정 금액을 가구의 구성원 수대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도록 하는 이 정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자영업자 역시 당연히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받았다. 이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을 때, A 사장님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지만, C 사장님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아주 만족스러워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저에게도 그렇고 알바자리도 없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장사가 잘 되어야 학생들도 알바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우리 가게에도 상생카드 사용이 되냐는 문의전화가 자주 와요. 상생카드 사용도 하시고, 우리 가족도 재난 지원금 등을 받으니 큰 도움이 되죠. 문화상품권 등으로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처만 충분하다면 상관없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적은 금액으로도 괜찮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불가능하겠죠. 나라에서 계속 돈을 줄 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걱정스러워요. 전 국민에게 큰 규모의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정부의 재정 상태와 방위비 압박 등을 생각하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코로나 19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에 전례 없던 타격을 입혔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노동 시간은 늘어났고, 위생과 원료 준비 등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섣불리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장님들은 말 그대로 ‘버티는’ 중이다.

 

자영업, 사장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내 놓고 있지만, 두 사장님들이 공통으로 언급하셨듯이, 재난지원금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코로나 19 사태가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지속적인 금전적 지원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길게는 몇 년 까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우리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뒤흔들 것이고, 자영업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배달을 하지 않는 사업장이나 지역 행사 등으로 한 철 장사가 주 수입인 업종은 보다 장기적이고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는 특정 업종, 특정 장소의 자영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적, 문화적인 손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큰 출혈을 입힐 수도 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함께 보다 유효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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